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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나와!” 만년 2등의 반란
펩제라 출생의 비밀
2026. 06. 24
실상 코카콜라 제로슈거가 장악하고 있던 국내 제로슈거 시장에서 출시와 동시에 엄청나게 인기를 끈 음료가 있다. 제목에서부터 그 존재감을 발하는 주인공은 바로, 펩시 제로슈거 라임향, 줄여서 ‘펩제라’. 이는 코카콜라와 펩시라는 두 전통 강호 라이벌의 2차전으로 볼 수 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 오리지널 제품처럼, 전 세계 탄산음료 시장을 배경으로 보았을 땐 코카콜라의 완전 승이 맞다. 하지만 그 경기장을 국내 제로슈거 콜라 시장으로 좁히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는데, 후발주자인 펩시의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기 때문이다.
펩제라는 출시 직후인 2021년 1월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고작 2.8%에 그쳤다. 하지만 이는 2022년에 들어 40.2%로 급격히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47%을 기록하며 코카콜라 제로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반면 코카콜라 제로는 매출액은 올랐음에도 점유율이 2022년 59.8%에서 53%로 내려갔는데, 이에 펩제로가 시장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리고 이런 펩제라에는 출생의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미국 출생이 아닌, 한국 출생이라는 것.
본래 국내에는 2009년 ‘펩시 NEX’가 펩시의 첫 제로슈거 콜라로서 유통되었다. 펩시 NEX는 일본의 주류 및 음료 기업 산토리가 출시한 제품으로, 당시 맛에 대한 큰 호불호 탓인지 2년 만에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당시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NEX를 유통하며 배우 이민호, 이하늬와 가수 동방신기를 모델로 세웠다.
10년 뒤, 한국의 롯데칠성음료가 펩제라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라임향으로 제로 음료 특유의 씁쓸하고 떫은 끝맛을 숨긴 이 절묘한 레시피는 본사의 승인을 받아 국내 시장에 한해 첫선을 보였다. 이름표만 영어일 뿐 실체는 ‘한국형 제로콜라’인 셈. 그리고 이 한국형 제로콜라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등에 업고 코카콜라 제로슈거를 무섭게 추격한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된 제로슈거
여기까지는 과거 이야기였고, 이제 현재 이야기를 해보자. 제로 음료라고 해봐야 코카콜라와 펩시 제품이 다였던 불과 몇 년 전과 달리, 이제 국내에서 제로슈거는 엄청난 유행을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0’이라는 이 아무것도 없는 숫자가, 오히려 그 ‘없음’이라는 특성 하나로 제로 슈거 매대에서 큰 환대를 받게 된 것이다. 동네 작은 식당에서도 제로 탄산음료를 종류별로 만나볼 수 있고, 대세를 따라 식혜부터 초록매실 등 국내 제품들까지 줄줄이 제로 버전을 출시하는 등, 이제 음료계에서의 제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과자나 젤리는 또 어떤가. 정말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속세의 맛’임에도 당류가 0이란다. 바야흐로, -군것질을 꾹꾹 참다가 입 한 번 터지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던- 요요 시대의 종말이다. 하지만 모든 현상이 그렇듯 이런 흐름에도 문제가 한 줄 추가된다. 바로, 우리가 먹는 제로가 ‘진짜 제로’가 맞는지에 대한 문제다.
제로라며, 그럼 된 거 아니야?
답부터 하자면… 글쎄다. 포장지 위 ‘0’에 너무 마음 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제로 음식에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걔네가 대체 어떤 녀석들인지에 대한 정보는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식후 껌으로 우리 입에 친숙한 자일리톨이 인공 감미료의 여러 종류 중 하나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우선, 이 글에서는 주제의 대표 격인 ‘말티톨’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말티톨은 제로 혹은 저당 과자·젤리·아이스크림·초콜릿 등에 널리 쓰이는 인공 감미료다. 그 풍미가 설탕과 매우 흡사하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강점을 지녔다. 애초 분자구조부터가 설탕과 유사하다. 말티톨이 앞서 언급된 콜라들이 아닌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설탕의 질감과 점도가 특히 중요한 식품군 위주로 쓰이는 이유다.
설탕 대신 말티톨이 들어갔다면, 당류는 분명 0g이 맞다. 그러나 그 0에 절대 속지 말 것! 설탕(정확히 말하면, 순수한 설탕인 ‘자당’)은 g당 4kcal고 말티톨은 2.4kcal다. 혈당 지수는 설탕 68, 말티톨 35로 알려져 있다. 설탕 대비 말티톨이 현저히 낮지만, 사실 이는 ‘0’을 보고 고른 우리에겐 달갑지 않은 수치다. 어쨌든 말티톨은 칼로리가 존재하고, 혈당 역시 올린다.
말티톨과 관련한 여러 연구 중, 한 국제 저널에 올라온 연구에서는 “말티톨은 혈당 조절 개선용 식품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제2형 당뇨병 쥐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 말티톨이 혈당 개선에 뚜렷한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른 임상 시험에서는, 말티톨의 혈당 지수가 설탕에 비해 낮지만, 예외로 말티톨 초콜릿은 여전히 높음을 밝혔다.
“먹지 마세요”가 아니다
어쨌거나, 말티톨은 분명 설탕보다 칼로리도 혈당 수치도 낮다. 맛 구현, 비용 등의 어른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일부 식품에서 제로를 내걸고도 말티톨을 사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점이다. 특히 다이어트에 열중 중이거나, 혈당 관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포장지에 크게 ‘0’이라고 적혀있어도, 덜컥 구매하기보단 뒷면에 적힌 영양성분표를 먼저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그 작고 빽빽한 글씨에 거짓말은 단 한 줄도 없다. 눈이 조금 피로해지는 정도의 작은 희생으로 올바른 정보라는 큰 수확을 얻을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물론, 먹을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설탕이 각종 질병을 부르듯, 말티톨뿐만 아니라 모든 인공 감미료 역시 과다 섭취 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만 기억하자.
참고 문헌
- Saraiva A, Carrascosa C, Raheem D, Ramos F, Raposo A. Maltitol: Analytical Determination Methods, Applications in the Food Industry, Metabolism and Health Impacts.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20 Jul 20;17(14):5227.
- Chukwuma, C. I., Ibrahim, M. A., & Islam, Md. S. (2017). Maltitol inhibits small intestinal glucose absorption and increases insulin mediated muscle glucose uptake ex vivo but not in normal and type 2 diabetic rats. 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Sciences and Nutrition, 68(1), 73–81.
- Pelletier X, Hanesse B, Bornet F, Debry G. Glycaemic and insulinaemic responses in healthy volunteers upon ingestion of maltitol and hydrogenated glucose syrups. Diabete Metab. 1994 May-Jun;20(3):2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