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ekly 줄글
형(Hyung), 해녀(Haenyeo),
그리고 먹방(Mukbang)
동전, 칼, 그리고 문화
2026. 07. 29
형, 해녀, 먹방. 덩그러니 나열해보니 도무지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단어들. 하지만 이 셋을 한 울타리에 묶어주는 교집합이 있다. 바로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 OED)이다.
올해 해녀(haenyeo)는 라면(ramyeon), 찜질방(jjimjilbang) 등을 포함한 7개의 단어와 함께 옥스퍼트 영어사전에 등재되었다. 해녀는 ‘해외에서 실제로 쓰나?’하는 의문이 들지 몰라도, 재작년에 등재된 형(hyung)은 이미 글로벌 K-POP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단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는 점! 실제로 연예인-특히 남자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본 경험이 있는 자라면, 외국인 팬들이 ‘hyeong’ 또는 ‘hyeong-ah’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테다.



틱톡에서는 K-POP 남자 아이돌 그룹의 해외 팬들이 제작한 ‘형’ 호칭 관련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먹방(mukbang)’은 어떨까? 이 단어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단어라는 점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내지 못할 것이다. 특정 소비자층만 장악한 호미(homi)나, 애초 엄청난 노력을 들여 전파한 김치(kimchi)와는 다르다. 먹방은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하지만 분명히 모두에게 쓰이는 단어가 되었고, 이제는 단어를 넘어 하나의 독자적인 문화 장르이자 콘텐츠 그 자체가 되었다. 국내 공영 방송에서 먹방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따로 제작하는 것은 물론, 외신에서는 별도의 번역 없이 Mukbang이라고 표기하는 등. 이쯤 되니 그 옛날 아프리카TV(현 SOOP)에서나 볼 수 있던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은 진짜 개구리의 올챙이 적보다도 더 멀게 느껴진다.
PLUS!
- 한국 전통 농기구 호미. 본래 설명이 필요했던 이 도구는 이제 설명 없이도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집 앞 정원을 가꾸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거 하나면 된다”라는 평가가 반복된 덕. 그렇게 호미는 번역되지 않은 채, ‘Homi’ 그대로 통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동전, 칼, 그리고 문화
동전, 칼, 문화. 여기 또 다른 단어들이 있다. 이 셋 또한 단순 나열만으로는 공통점을 단번에 눈치채기 어렵다. 이들의 교집합은 바로, 하나의 대상 안에 반대되는 두 면이 있다는 점. 동전은 양면이고, 칼은 양날이다. 문화 역시 그렇다. 동전과 칼처럼, 문화에도 밝은 면 뒤의 그림자가 존재한다.
한 국내 연구에 의하면, 먹방 시청은 폭식 행동과 유의하게 관련되며 특히 충동성이 높은 집단에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 이를 보면 특정 조건에서 먹방이 폭식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 음식 콘텐츠에 노출될수록 패스트푸드와 가당 음료, 고카페인 음료 섭취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리고, 폭식이나 가당 음료 섭취 등이 비만과 당뇨에 직간접적으로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는 굳이 연구 결과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수요, 그리고 공급
수요와 공급. 이 두 단어는 앞선 단어들과 달리 태생부터 등을 맞대 그 연결고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둘은 늘 맞물린다. 먹방 역시 이 수요와 공급의 톱니바퀴를 따른다.
유튜브에 [먹방]을 검색하면 어떤 콘텐츠가 나올까. 영상의 약 83.5%는 과식을 보여주고, 5.6%는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이 주인공이다. 과식이 포함된 먹방은 그렇지 않은 먹방보다 유의하게 시청자가 많았으며,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 먹방은 그렇지 않은 먹방 대비 4배나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먹방은 ‘보는 콘텐츠’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 연구 결과과 뒷받침하듯, 분명 화면 밖 식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매운 먹방을 보면 떡볶이가 당기고, 입안 가득 음식을 욱여넣는 모습을 보면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원하게 된다. 알고리즘에 뜬 먹방을 가볍게 시청한 뒤 배달 앱을 켜 가볍지 않은 음식을 주문하고 있지는 않은지, 보다 건강한 식탁을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 Joo, M.J., Kim, D.B., Ko, J. et al. Association between watching eating shows and unhealthy food consumption in Korean adolescents. Nutr J 23, 58 (2024).
- 임지윤, 김근향. 먹방시청과 충동성이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 생태순간평가의 활용. 한국웰니스학회지, 18(1), 111-119 (2023).
- Kang E, Lee J, Kim KH, Yun YH. The popularity of eating broadcast: Content analysis of “mukbang” YouTube videos, media coverage, and the health impact of “mukbang” on public. Health Informatics J. 2020 Sep;26(3):2237-22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