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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는 백화점에도 없는 것
혹시 시계 보셨어요?
2026. 09. 16
백화점에 들어가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시계와 창문이다. 분명 햇빛 쨍한 오후에 들어왔는데 문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깜깜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을 테다. 마냥 쇼핑에만 정신이 팔렸다고 하기엔 억울하다. 애초에 백화점은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알아차리기 꽤 어려운 공간이니까.
생각해보면 일상에는 시간의 흐름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가 곳곳에 있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밝기와 색, 길어진 그림자, 어느새 켜진 가로등처럼 우리는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주변의 변화를 통해 대략적인 시간을 짐작한다. 그런데 백화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런 단서들이 한꺼번에 줄어든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천장의 조명은 비슷한 밝기를 유지하고, 바깥의 해가 기울고 있다는 사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거기에 시계마저 찾기 어렵다 보니, 몇 시인지 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금세 잊게 된다.
다 이유가 있다
사실 이는 오래전부터 백화점에서 활용해 온 공간 설계 방식과 맞닿아 있다. 시간의 흐름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고객의 시선이 외부로 분산될 일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눈앞의 상품에 더 오래 몰입하기 쉬워진다. 실제로 전통적인 백화점은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인 구조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았고, 매장 안에서 시계와 창문을 도통 볼 수 없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설명돼왔다.
물론 창문이 적은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자연광의 영향을 받지 않아 매장 조명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쉽고, 창문이 들어설 자리까지 진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상품을 보여주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창문 없는 벽이 꽤나 유용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백화점 안에서는 꽤 많은 것이 통제된다. 빛도, 온도도, 고객의 시선이 머무는 곳도. 그중에는 우리가 생각보다 자주 의지하는 ‘시간의 단서’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런 백화점마저 숨길 수 없는 시계가 하나 있는데, 바로 우리 몸속의 시계다.
PLUS!

- 모든 백화점이 이 공식을 따르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더현대 서울. 더현대 서울은 기존 백화점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천장을 통해 자연광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시간을 감추던 백화점의 공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몸은 몇 시?
우리가 시계를 보지 않아도 몸은 지금이 아침인지 밤인지 제법 정확하게 알고 있다. 약 24시간을 주기로 움직이는 ‘생체시계’ 때문이다. 이 생체시계가 관여하는 건 잠이 오고 깨는 시간만이 아니다. 체온과 호르몬 분비는 물론, 음식을 먹은 뒤 포도당을 처리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실제로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진행한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수면과 식사 시간을 통제해 생체시계와 생활 패턴의 영향을 분리한 뒤, 몸이 인식하는 ‘생물학적 아침’과 ‘생물학적 저녁’의 차이를 살펴봤다. 그 결과 같은 식사를 했음에도 생물학적 저녁에는 아침 대비 식후 혈당이 17%나 높게 나타났다. 몸이 지금을 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몸은 잘 시간인데, 입은 먹을 시간?
특히 눈여겨볼 시간은 잠들기 직전이다. 2022년 미국당뇨병학회의 <Diabetes Care>에 발표된 845명 대상 무작위 교차시험에 따르면, 취침 1시간 전에는 4시간 전과 비교해 멜라토닌 농도가 3.5배 높았고, 전체적인 혈당 반응은 8.3% 높은 반면 인슐린 반응은 6.7% 낮았다. 쉽게 말하자면,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하는 밤 시간대의 식사는 혈당 관리에 썩 유리하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몇 시 이후에는 절대 먹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사람마다 잠드는 시간도, 몸속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가리키는 숫자도 다르니까.
참고 문헌
- Morris CJ, Yang JN, Garcia JI, Myers S, Bozzi I, Wang W, Buxton OM, Shea SA, Scheer FA. Endogenous circadian system and circadian misalignment impact glucose tolerance via separate mechanisms in humans. Proc Natl Acad Sci U S A. 2015 Apr 28;112(17):E2225-34.
- Garaulet M, Lopez-Minguez J, Dashti HS, Vetter C, Hernández-Martínez AM, Pérez-Ayala M, Baraza JC, Wang W, Florez JC, Scheer FAJL, Saxena R. Interplay of Dinner Timing and MTNR1B Type 2 Diabetes Risk Variant on Glucose Tolerance and Insulin Secretion: A Randomized Crossover Trial. Diabetes Care. 2022 Mar 1;45(3):512-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