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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한 개 정도는 괜찮잖아?

‘디저트 배’라는 오랜 핑계
2026. 09. 23

추석에는 “배부르다”는 말이 좀처럼 끝을 뜻하지 않는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각종 전부터 갈비, 잡채, 송편까지 한 상 가득 먹어 위(胃)에 더는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약과나 한과, 과일이 나오면 슬그머니 손이 간다는 얘기다. 방금 전까지 뱉었던 그 “배부르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말이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핑계가 있다. 바로, 는 말. 물론 우리 몸에 후식 전용 위장이 하나 더 있을 리는 없다. 그렇다고 이게 마냥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게, 분명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단짠 디저트는 술술 들어가곤 한다. 정말 ‘디저트 배’는 따로 있는 걸까? 추석을 앞둔 지금, 상다리 부러지는 음식 앞에 앉기 전 그 정체부터 한 번 들여다보자.

 

다?

배가 부르면 수저를 내려놓는 게 당연할 것 같지만, 우리의 식욕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감각특이적 포만감(sensory-specific satiety)’이라는 현상이 한몫한다. 면, 이다.

가령 송편을 배불리 먹고 난 뒤라면 한 개 더 내미는 게 썩 반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달콤한 약과가 등장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배 속 사정은 방금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도 새로운 맛과 향, 식감을 만난 입은 다시금 음식에 흥미를 보인다.

실제로 음식의 ‘다양함’이 먹는 양을 늘린다는 연구도 있다. 1981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샌드위치를 먹게 하면서 한쪽에는 같은 종류를, 다른 쪽에는 속 재료가 다른 네 종류를 차례로 제공했다. 그 결과 여러 종류의 샌드위치를 맛본 사람들은 한 종류만 먹었을 때보다 무려 3분의 1가량 더 많이 먹었다. 배가 찼다고 해서 모든 음식에 대한 식욕까지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디저트 배’의 시작은 사실 배보다는 입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남는다.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그렇다 치고, 이미 빵빵하게 찬 위에 도대체 어떻게 음식이 더 들어가는 걸까?

 

비밀은 생각보다 훨씬 유연한 위에 있다. 사실 음식을 먹으면 위가 늘어난다는 점에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중요한 건 그 방식이다. 위는 음식이 들어오는 만큼 무작정 부풀어 오르는 게 아니라, 내부 압력을 조절하면서 더 많은 음식물을 받아들인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수용성 이완(receptive relaxation)’이다. 이름 그대로, 음식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위가 힘을 풀고 늘어나는 현상이다. 고, 다. 배가 제법 부른 뒤에도 음식이 물리적으로 더 들어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따로 먹어도 한 끼는 한 끼

결국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이라 볼 수 있다. 새로운 맛 앞에서 다시 입맛이 도는가 하면, 위는 이미 부른 배를 무시하고 음식을 반기니 말이다. 문제는 입과 위에서 허락했다고 해서 우리 몸까지 “더 먹어도 좋다”고 동의한 건 아니라는 점!

특히 명절에는 한 끼를 배불리 먹은 뒤에도 약과나 한과, 과일 같은 후식이 꼭 코스처럼 이어지지 않는가. 배가 부르다는 감각과 별개로 탄수화물은 계속 더해지고, 그만큼 식후 혈당에도 부담이 가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이번 추석에는 그 유명한 ‘디저트 배’가 슬슬 발동하려고 들 때 한 번쯤 생각해보자. 정말 배가 덜 찬 걸까, 아니면 그저 새로운 음식에 입맛이 돈 걸까. “후식이 들어갈 자리가 생겨났다”는 것과, “그 자리를 꼭 채워야 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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