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ekly 줄글
프링글스 한 통 다 먹어본 적 있어?
근데 이제 초콜릿을 곁들인
2026. 08. 19

“언니 폭식해 본 적 있어?”
“엄청 많지.”
…
“프링글스 한 통 다 먹어본 적 있어?”
“이게 무슨 질문이야?”
위 대화 장면이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장면이 아닐까? 어쩌면, 유튜브 예능 전체를 통틀어서 손에 꼽는 장면일 수도 있다. “프링글스 한 통 다 먹어본 적 있어?” 이 문장 자체의 순수 파급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말을 들은 이영지의 경악한 얼굴은 한때 각종 짤로 변형되어 온 SNS를 뒤덮기까지 했으니까. 이는 ‘프링글스 한 통이면 폭식’이라는 채령의 기준이 많은 대중들에게 소소하게 다가왔기 때문인데. 진리의 사바사 케바케라지만, 대다수는 ‘물려서 다 못 먹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배불러서 다 못 먹는 경우’는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그냥 프링글스가 아닌 ‘프링글스 초코블럭’은 어떨까. 최근 해외에서 유명하다며 우리나라에서까지 바이럴 된 이 디저트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1)프링글스 뚜껑을 열고, 2)녹인 초콜릿 약 400g을 부어, 3)냉장고에서 굳힌다. 이 간단한 레시피 끝에 프링글스 통을 찢어 꺼낸 완성품의 모습은 자극적이기 그지없다. 단짠의 극대화, 단짠의 극치. 그리고 이 디저트에 대한 반응은 진리의 사바사 케바케를 그대로 따른다. 엄청나게 호불호가 갈렸다는 뜻이다.
하지만, ‘맛있어보인다’는 반응과 ‘저건 좀….’하는 반응, 그 냉정과 열정 사이, 눈에 띄는 공통된 의견이 하나 있다. 바로 “췌장이 걱정된다”는 것.
췌장 살살 녹는다
비단 프링글스 초코블럭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해외, 특히 서양의 ‘초콜릿을 붓다 못해 쏟아 만든’ 초고당도 디저트 사진들을 보면, 우리 입에서는 “여분의 췌장이 필요하다”든가 “보기만 해도 췌장이 박살난다”는 등의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바로 인종마다 이 옥수수의 사양이 제각각이라는 문제가 말이다. 우리가 서양인들의 기괴할 정도로 달디단 디저트를 보며 ‘췌장 걱정’을 하는 건, 사실 말장난이 아닌 본능에 가깝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비슷한 체격이라도 한국인은 서양인 대비 췌장의 크기가 약 12.3% 더 작은 반면, 췌장 내 침착된 지방의 양은 22.8%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는 서양인 대비 췌장의 용적이 현저히 작다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인슐린을 생성하고 저장할 물리적인 공간 자체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단순히 크기 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인은 같은 양의 당분이 들어왔을 때 이를 처리하기 위해 인슐린을 짜내는 능력, 즉 ‘인슐린 분비능’마저 서양인보다 무려 36.5%나 떨어진다. 게다가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식후에 즉각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1차 인슐린 분비 능력 역시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위 내용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프링글스 한 통 다 먹어본 적 있어?”
채령이 옳았고, 틀린 건 우리였다. 사실상 소소하게 여겼던 그 폭식의 기준이야말로 우리 몸에 맞는 기준이다. 그거 소중한 종이췌장인데…. ‘작고 소중한’ 췌장을 가진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 초고당도 디저트를 입에 욱여넣는 건 임계점을 서서히 앞당기는 일이다. 점점 서구화되는 식탁이 다른 게 아니고 틀린 이유다. 체급 차이는 결코 꺾을 수 없지 않은가.
가장 무서운 건 췌장의 침묵이다. 췌장은 조용히 망가진다. 통증도 없고, 신호도 뚜렷하지 않다. 무소식은 희소식이 아니다. 적어도 췌장에게 만큼은 말이다.
참고 문헌
- Roh E, Kim KM, Park KS, et al. Comparison of pancreatic volume and fat amount linked with glucose homeostasis between healthy Caucasians and Koreans. Diabetes Obes Metab. 2018;20:2642–2652.
- Ma RC, Chan JC. Type 2 diabetes in East Asians: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with populations in Europe and the United States. Ann N Y Acad Sci. 2013 Apr;1281(1):64-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