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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보다 아는 ‘모양’
🍌 바나나맛우유 얘기 맞음! 일단은…
2026. 09. 09
이름을 가려도 안다. 그 특유의 노란색을 지워도 알아볼 만하다. 위아래가 잘록하고 가운데가 둥글게 부푼 실루엣. 바나나맛우유를 바나나맛우유답게 만드는 데는 맛도 색도 아닌, 이 독특한 단지 모양이 꽤 큰 몫을 해왔다.
1974년 첫 출시 때부터 이어져 온 이 모양의 모티브는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인 달항아리다. 당시는 정부의 축산진흥정책으로 우유 소비가 장려되던 시기였지만, 우유는 아직 대중에게 익숙한 음료가 아니었다. 이에 빙그레는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당시 귀했던 바나나의 맛과 색을 더했고, 용기에는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달항아리의 곡선을 입혔다.

예쁜 모양에는 대가도 따랐다. 둥근 몸통에 잘록한 위아래를 가진 단지는 일반적인 우유 용기처럼 한 번에 찍어낼 수 없었다. 위아래를 따로 만든 뒤 하나로 이어 붙이는 별도의 공정이 필요했고, 이를 위한 전용 설비까지 갖춰야 했다. 단위 면적당 배치할 수 있는 병의 개수가 적어 보관과 운반에도 불리했다.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될 번거로운 모양이었던 것. 그럼에도 빙그레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단지 모양은 시간이 지나며 바나나맛우유만의 강력한 표식이 됐다.
겉을 보면 속이 보인다?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고 생김새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는 것. 바나나맛우유가 그렇듯, 사실 사람의 몸에서도 때때로 겉모습은 중요한 단서가 된다. 특히 눈여겨볼 곳은 단지에서 가장 튀어나온 그 부위, 바로 허리다.
체중이 같다고 겉모습이 같은 건 아니다. 이건 누구나 안다. 키와 체중으로 계산한 BMI 역시 마찬가지다. 이 또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체중계 위 숫자에만 집착하는 버릇이 있다. 누군가는 지방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고, 누군가는 유독 배에 몰려 허리둘레가 클 수 있음에도.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이 차이가 단순히 옷맵시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복부에 지방이 얼마나 쌓였는지는 혈당을 조절하는 능력과 제2형 당뇨병 위험을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독일에서 35~65세 성인 약 2만 5천 명을 대상으로 평균 8년간 진행한 연구를 살펴보면, BMI 25 미만으로 저체중 또는 정상체중에 속하더라도 허리둘레가 큰 경우 체중과 허리둘레가 모두 낮은 경우보다 당뇨병 위험이 남성은 3.62배, 여성은 2.74배 높았다. 과체중이면서 허리둘레가 작은 경우에는 각각 2.26배, 1.40배였으니 이보다도 높은 수치다.
물론 체중이나 BMI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지방이 ‘어디에’ 쌓여 있는지 알 수 없을 뿐. 2022년 국제 의학 학술지 <BMJ>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도 BMI뿐 아니라 허리둘레 역시 제2형 당뇨병 위험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 허리둘레가 10cm 클 때 그 위험은 평균 61%나 높았는데, 이는 전반적인 비만 정도와 별개로 복부에 지방이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미다.
왜 하필 허리일까?
우리 몸의 지방은 어디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달라진다. 특히 복부 깊숙이 장기를 둘러싸고 쌓이는
허리둘레를 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줄자 하나로 내장지방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복부에 지방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지 간편하게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도 제2형 당뇨병 위험 요인으로 과체중·비만과 복부비만을 각각 따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는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이상, 여성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에 해당한다.
체중계에 찍힌 숫자가 괜찮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이르다. 같은 체중도, 같은 BMI도 허리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수 있다. 특히 가는 팔다리와 달리 배만 볼록하게 나온 ‘단지 체형’이라면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끔은 체중계에서 내려와 줄자를 꺼내볼 것. 겉을 보면, 미처 몰랐던 ‘속’이 보일지도 모른다.
참고 문헌
- Feller S, Boeing H, Pischon T. Body mass index, waist circumference, and the risk of type 2 diabetes mellitus: implications for routine clinical practice. Dtsch Arztebl Int. 2010 Jul;107(26):470-6. doi: 10.3238/arztebl.2010.0470. Epub 2010 Jul 2.
- BMJ. 2022;376:e067516.
- 대한당뇨병학회. 「2023 당뇨병 진료지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