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ekly 줄글
가끔은 ‘거꾸로’가 정답이다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2026. 09. 30
피겨스케이팅에는 김연아가 있고, 도마에는 양학선이 있다. 그렇다면 높이뛰기는? 아마 이 질문에도 꽤 많은 사람이 같은 이름을 떠올릴 테다. 우상혁. 이제는 높이뛰기 종목 그 자체보다 선수의 이름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익숙해졌다.
높이뛰기는 사실 우리가 평소 즐겨 보는 종목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애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가 아니면 경기를 접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우상혁이 등장한 뒤 달라졌다. 뉴스에서는 높이뛰기 경기가 언제 열리는지 연달아 보도하고, 바의 높이가 올라갈 때마다 이번에도 넘을 수 있을지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적어도 한국에서 높이뛰기를 이만큼 친숙한 종목으로 만든 선수를 꼽으라면 우상혁을 빼놓을 순 없다.
우상혁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지난 27일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 22를 넘으며 동메달을 따냈다. 아시안게임에서만 무려 세 번째 메달이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이 우상혁과 함께 바의 높이를 올려다봤다.
그런데 높이뛰기는 보면 볼수록 동작이 묘하다. 분명 바를 향해 달려가는데, 정작 넘을 때는 몸을 돌려 등을 보인다. 머리와 어깨가 먼저 넘어가고, 둥글게 휜 허리가 그 뒤를 따르며, 마지막으로 두 다리까지 빠져나오면, 우리가 아는 익숙한 높이뛰기 자세의 완성이다.
익숙한 데는 사연이 있다
사실 이 자세에는 사람 이름이 붙어 있다. 바로 포스버리 플롭(Fosbury Flop). 딕 포스버리, 1960년대 미국에서 활동했던 높이뛰기 선수다.

당시 높이뛰기 선수들이 바를 넘는 방법은 지금과 꽤 달랐다. 가위처럼 두 다리를 벌려 넘거나, 배를 바 쪽으로 향한 채 엎드리듯 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포스버리 역시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성적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좀처럼 기록이 늘지 않자 포스버리는 익숙한 자세 대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엉덩이가 조금 내려갔고, 다음에는 어깨가 뒤로 넘어갔다. 자세를 조금씩 바꾸다 보니 어느 순간 바를 등진 채 넘고 있었다. 당시에는 이 자세가 꽤나 우스꽝스러워 보였던 모양인지, 한 지역 신문에서는 포스버리의 모습을 두고 ‘배 위에서 펄럭이는 물고기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포스버리는 1968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당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로 증명했다. 이상하다던 자세가 올림픽 정상에 오르고, 이후 몇몇 높이뛰기 선수들이 따라 하더니, 현재에 이르러는 우상혁을 비롯한 대다수의 높이뛰기 선수가 고집하는 자세가 된 것이다.
뒤로 미뤄도 괜찮은 것
포스버리가 거꾸로 뛰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그런데 남들과 거꾸로 해서 득을 본 건 포스버리뿐만이 아니다. 사실 우리에게도 매일 세 번쯤 그럴 기회가 있다. 바로, 밥을 먹을 때다.
이름하여 ‘거꾸로 식사법’. 말 그대로 평소 먹던 순서를 거꾸로 섭취하는 방법이다.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로 식사를 시작하는 대신 채소를 가장 먼저 먹고, 그다음 고기나 생선, 달걀 같은 단백질을 먹는다. 탄수화물은 가장 마지막 순서다.
어차피 한 끼에 먹을 음식은 똑같고 결국 한 배 속으로 들어갈텐데, 굳이 먹는 순서까지 뒤집는 이유는 뭘까. 핵심은 식후 혈당에 있다. 탄수화물은 소화되면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으로 들어가기에, 공복에 밥·빵·면 등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소화된 포도당이 비교적 빠르게 흡수되면서 혈당도 그만큼 빠르게 오르기 쉽다.
반면 채소를 먼저 먹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채소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위와 소장에서 음식물이 이동하고 소화되는 속도를 늦추고, 뒤이어 들어오는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 및 흡수되는 과정도 완만하게 만든다. 쉽게 말해, 앞서 식이섬유를 먹어두면 똑같은 탄수화물이 들어와도 포도당이 혈액 속으로 몰려드는 속도가 느려지는 셈이다.
두 번째 주자인 단백질도 한몫한다. 단백질과 함께 섭취되는 지방은 위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 음식물이 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 즉 ‘위 배출’을 늦춘다. 동시에 단백질이 소화되면서 나온 아미노산과 펩타이드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한편, 장내분비세포를 자극해 GLP-1의 분비를 촉진한다.
결국 거꾸로 식사법은 거창한 식단을 새로 짜는 방법이 아니다. 먹던 음식은 그대로 두고—물론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는 게 당연히 더 좋긴 하다—, 순서만 바꾸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그저 조금만 뒤로 미뤄두면 된다. 그러니 오늘 한 끼쯤은 순서를 뒤집어보자. 높이뛰기에서만 거꾸로가 통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참고 문헌
- Pasmans K, Meex RCR, van Loon LJC, Blaak EE. Nutritional strategies to attenuate postprandial glycemic response. Obes Rev. 2022 Sep;23(9):e13486.
- Müller M, Canfora EE, Blaak EE. Gastrointestinal Transit Time, Glucose Homeostasis and Metabolic Health: Modulation by Dietary Fibers. Nutrients. 2018 Feb 28;10(3):275.
- Watkins JD, Koumanov F, Gonzalez JT. Protein- and Calcium-Mediated GLP-1 Secretion: A Narrative Review. Adv Nutr. 2021 Dec 1;12(6):2540-2552.



